고공비행하던 저가항공…日경제보복에 날개 꺾일 위기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로 날개가 꺾일 위기에 놓였다. 국내에서 반일감정이 확산돼 일본 여행수요까지 줄면서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 노선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요 저비용항공사 관련주들은 이같은 우려가 반영되면서 대부분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 (27,600원▲ 1,850 7.18%)의 주가는 지난달 말 3만3150원에서 9일 2만9000원으로 이달 들어 12.5% 하락했다. 등락없이 장을 마쳤던 5일을 제외하고 이달 동안 매일 주가가 약세로 마감했다.
국내에서 일본 여행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일본 노선 비중이 큰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이륙하는 제주항공 여객기/제주항공 제공
다른 저비용항공사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진에어 (15,900원▲ 500 3.25%)는 2일부터 6일 연속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며 이달 들어 12.6% 하락했다. 티웨이항공 (5,370원▲ 130 2.48%)은 3일부터 4일 연속 주가가 하락한 끝에 9일이 돼서야 전날보다 1% 반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 (26,000원▼ 50 -0.19%)과 아시아나항공 (5,960원▼ 40 -0.67%)의 주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거나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대한항공의 9일 종가는 2만8550원으로 지난달 말 2만8950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 4월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오히려 이달 들어 주가가 10% 이상 올랐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주가가 눈에 띄게 약세를 보인 것은 최근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에 따른 타격이 대형항공사들에 비해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제재 조치 이후 인터넷과 SNS 등을 중심으로 일본제품을 사지 않고 일본여행도 자제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대형항공사들의 경우 노선이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데다 이미 중국과 일본 등 근거리 노선은 최근 몇 년간 저비용항공사들에게 주도권을 내줘 일본여행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면 근거리 운항에 대한 의존도가 큰 저비용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이 동남아 노선과 함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에서 일본 노선의 비중이 10%대에 불과한 반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
금융시장 관계자들도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로 한·일간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일본 노선에 대한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준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7년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됐을 당시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수는 전년대비 19% 감소했었다"며 "일본의 이번 경제제재 조치로 일본 여행심리가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노선에 대한 투자를 늘려온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매년 늘어나는 일본 여행수요를 잡기 위해 도쿄, 오사카 등 인기지역은 물론 일본 중소도시로 가는 노선을 선보였지만, 갑작스러운 일본 정부의 경제제재 조치로 이들 노선의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에서 일본여행 수요가 늘면서 최근 저비용항공사들은 도쿄, 오사카 등 인기지역 뿐 아니라 일본 중소도시로 가는 노선도 잇따라 신설했다. 사진은 지난달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대구~기타큐슈 노선 신설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에어부산 제공
제주항공은 올들어 인천~시즈오카와 무안~도쿄, 부산~삿포로, 인천~시즈오카, 제주~후쿠오카 노선을 신설하는 등 도쿄, 오사카 등 인기지역은 물론 일본 중소도시로 투자를 확대했다. 티웨이항공도 올해 제주~나고야, 대구~삿포로, 인천~가고시마 노선을 신설했고 에어부산은 대구~기타큐슈 노선 등을 새로 선보였다.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국토교통부가 3곳의 신규 저비용항공사에 항공면허를 발급해 앞으로 경쟁도 한층 심화될 전망"이라며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에 따른 양국간 갈등이 조속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저비용항공사들의 성장세가 크게 꺾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