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다진 10년 신뢰…삼성SDI·BMW 4조원 배터리 잭팟
보쉬와 결별 후 이재용 부회장 직접 BMW 방문…2021~31년 29억유로 대규모 계약 초석
BMW코리아가 26일 오전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i 시리즈'의 두번째 모델 i8 국내출시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삼성SDI가 전통의 파트너 BMW에 29억유로(3조8000억원) 규모 배터리셀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09년 시작된 양사의 돈독한 10년 신뢰관계가 바탕이 된 대규모 계약이다.
BMW는 21일 인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국내 30여개 협력사와 'BMW그룹 협력사의 날' 행사를 갖고 전날인 20일 삼성SDI와 이 같은 내용의 배터리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1~2031년, 10년에 걸쳐 배터리셀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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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8 오너 이재용이 묶은 양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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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충청남도 아산 소재)를 방문해 현장경영에 나섰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SDI와 BMW의 파트너십은 역사가 깊다. 각자 서로에게 첫 번째 고객이자 첫 번째 배터리 공급사다. 지난 2009년 전기차 공동개발을 발표했고 2014년에는 BMW i3가, 2015년에는 BMW i8이 삼성SDI의 배터리를 달고 탄생했다.
양사의 인연에는 이재용 삼성선자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삼성SDI는 당초 보쉬와 합작법인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가 2012년 합작을 청산했다. 2009년 BMW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전장업체인 보쉬의 네트워크에 힘입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2012년 보쉬와 결별하면서 자칫 양사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나섰다. 이 부회장은 BMW를 직접 찾아가 양사 관계를 다시 다지고 대규모 공급계약을 이끌어내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BMW가 고성능 하이브리드 전기차 i8을 출고할 당시 이 부회장은 국내 10대만 공급되는 차량 중 한 대를 사전계약 했다. 양사의 돈독한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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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대규모 계약, 긴밀한 글로벌 협력
삼성SDI가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신제품 전기차용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삼성SDI
BMW의 전기차 개발 초기 삼성SDI는 소형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대 용량 제품 기록을 수 차례 경신하던 상황이었다. 특히 업계에서 품질분야 경쟁력이 높이 평가받았다.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자동차산업의 특성 상 배터리의 완벽한 품질은 필수 조건이었다.
BMW의 선택은 삼성SDI였다. 삼성SDI는 BMW i3 개발 과정에 60Ah로 당시 세계 최대 용량의 배터리를 공급하며 화답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용 배터리에 비해 셀 당 용량이 20~30배에 달할 정도로 고용량과 고출력, 고성능 기술을 구현한 배터리였다.
BMW와 삼성SDI는 2014년 7월에도 중장기적 협력의 새로운 단계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양사는 배터리셀 공급 확대는 물론, 차대세 소재 등 전기차 관련 기술의 장기적인 공동개발과 글로벌 사업 전개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의 이번 계약은 구체적인 계약기간과 공급규모가 명시된 장기 업무협약이다. 2021년부터 2031년까지 삼성SDI 배터리를 BMW에 공급한다. 2009년 이후 2014년과 2019년까지 5년 단위로 굵직한 업무 협약을 발표해 왔다. 협력 관계가 지속적이고 긴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BMW는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 25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5세대 제품이 BMW에 탑재돼 주행거리 향상, 고속충전 등 핵심 성능을 한층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