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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셈 제대로 못해 입법예고 퇴짜맞은 금융위

지은찬 2020. 9. 21. 15:06

법 조항 정원은 5명인데, 필수 참여 인원 7~8명으로
숫자 더하면 모순… 금융위 그대로 외감법 입법예고

금융위원회가 회계개혁의 일환으로 감사인 선임위원회의 구성을 축소하기로 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감사인 선임위원회는 기업의 감사인(회계법인) 선임 업무를 하는 위원회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서 위원회 위원 구성을 정하고 있다. 회계업계와 기업에서 이 위원회 구성이 어렵다며 구성 인원을 현행 7명에서 5명으로 줄여달라는 요구를 했고 금융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외감법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입법예고까지 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돌연 위원회 인원 축소를 취소했다. 인원 축소를 위해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었는데 개정안의 조항 간 모순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감사인 선임위원회 총 구성 인원은 5명으로 하라고 정해놨다. 그런데 의무적으로 감사인 선임위원회 구성 인원에 포함돼야 하는 인원은 5명이 넘는다.

두 조항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는 법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한 셈이다. 법제처의 지적을 받고 당황한 금융위는 이 조항을 삭제하고 나머지 내용만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말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킬 계획이다.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 연합뉴스

 

 

2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까지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의 개정안 12조는 ‘감사인선임위원회 정족수 축소 등’을 담았다. 정부는 정족수 축소 이유에 대해 "주주 등 외부위원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감사인 선임위원회 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관투자자 위원(임·직원)과 달리 채권 금융회사 위원은 임원으로 한정되어 위원회 참여가 제약"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감사인 선임위원회 정원을 5명으로 하면서 감사인 선임위원회 정원에 꼭 포함돼야 할 인원을 외감법 12조 2항 1~5호에 정해놨다. 금융위가 정원에 포함하도록 한 인원은 ▲감사 (1명) ▲사외이사(2명 이내) ▲의결권있는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한 기관투자자 임직원(1명) ▲지배주주·회사임원 주주·기관투자자를 제외한 주주 중 의결권있는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한 주주(2명) ▲채권액이 가장 많은 채권금융기관 2곳의 임·직원 각 1명씩(2명) 등이다.

금융위가 감사인선임위원회 구성원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정한 인원은 감사인선임위원회에 사외이사를 1명 포함시킬 경우 7명, 사외이사를 2명 포함시킬 경우 8명이다. 정원을 5명으로 한다고 정해놓고 꼭 포함해야할 사람은 7~8명으로 해놓은 것이다. 법제심사 과정에서 이런 모순이 발견돼 금융위에 통보됐다. 그러나 금융위는 감사인 선임위원회에 꼭 참석해야할 인원수를 줄이지 못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법 조항들을 보면서 숫자를 세어 더해보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텐데 이게 그대로 입법예고됐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모순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아예 이 조항을 삭제한 후 이달말 국무회의에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