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뮤지션이 만든 日 토스트기 업체 주가수익률, 파나소닉 넘어섰다
토스트기로 대박난 日 발뮤다, 상장 첫날 상한가
‘주식 고평가’ 나타내는 PER 40배…파나소닉 두배
고등학교 중퇴한 뮤지션 ‘테라오 겐’, 독학해 창업
‘죽은빵도 살려낸다’ 20만원 넘는데도 100만대 팔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겉바속촉) 빵을 만들어주는 토스트기로 유명한 발뮤다(バルミューダ·Balmuda)가 일본 증시에 상장한 첫날 공모가 대비 두배 급등했다. 주식이 얼마나 고평가 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은 일본 전자제품 대기업 파나소닉의 두배에 이른다.
일본 가전제품 메이커 발뮤다의 대표 상품인 프리미엄 토스터기. / 발뮤다 제공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발뮤다는 전날 일본 스타트업 전문 주식시장인 마더스에 상장한 첫날 공모가 1930엔 대비 63% 오른 3150엔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가격제한폭인 3850엔까지 오른 뒤 거래가 중단 됐다. 주식 매수 주문이 빗발치면서 이날도 거래가 재개되지 않았다.
2003년 설립된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2만엔(21만원)이 넘는 고급 토스터기. 빵 안에 수분과 향을 가두는 스팀 기능이 탑재된 게 특징이다. 가전용 토스트기를 5~6만원이면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완벽한 토스트를 만드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마케팅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입소문을 타며 대박이 났다. 누적 판매 대수는 100만대를 넘었다.
발뮤다는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960만달러(104억8000만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이른바 집콕(집에 콕 박혀있는다는 의미·스고모리·巣ごもり)족이 늘어나 가전제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발뮤다는 대기업이 장악한 일본 백색 가전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동안 저가 토스트기에 집중했던 대기업들은 발뮤다의 성공 이후 프리미엄 토스트기 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내고 있다. 미쓰비시 전기가 출시한 270달러짜리 토스트기 '브레드 오븐'이 대표적이다. 발뮤다는 가전업계에서 흔치 않은 팹리스(fabrication+less·공장 없는 제조업) 구조로도 주목 받았다. 제품 개발과 디자인에 주력하고 생산을 외국에 맡겨 고정비용을 줄였다.
이 회사는 창업자 테라오 겐(寺尾玄·사진) 사장의 독특한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1973년생인 겐 사장은 고등학교 중퇴 후 유럽을 떠돌다 귀국해 록 밴드 '비치 파이터스'를 결성했다. 정식 음반도 발매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결국 밴드는 해체 됐다. 이후 겐 사장은 한 디자인 잡지를 보고 가전제품 제작에 관심을 가졌고 독학으로 공부해 발뮤다를 창업했다.
창업 초반엔 도산 위기도 여러번 겪었다. 가격대가 좀 높더라도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자는 생각으로 내놓은 노트북 냉각대와 LED 데스크 조명이 잘 팔리지 않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한달 간 주문이 한 건도 안 들어와 회사 빚만 3억원 쌓이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 출시한 선풍기가 50만대 이상 팔린 것이 회사에 전환점이 됐다. 이 선풍기는 날개가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 강풍과 미풍을 동시에 제공, 전력 효율을 높이고 자연풍에 가까운 바람을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15년 발뮤다 토스트기로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발뮤다는 이번 상장으로 마련한 25억엔 가운데 35%는 미국 시장 마케팅에 쓰고 6억엔은 향후 2년 간 상품 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토스트기에 더해 진공 청소기와 주전자, 가습기도 판매하고 있다.
일본 에이스증권의 기시 가즈오 애널리스트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발뮤다는 (사업구조를)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처럼 이해하기 쉽다는 게 장점"이라며 "다만 여기서 진짜 궁금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