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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부과될 종부세율 작년 수준으로 낮출 듯…양도세 인상은 강행

지은찬 2021. 4. 21. 19:55

종부세율 인상, 입법 부칙으로 되돌릴 수 있다
보궐선거서 여당 참패하니 서둘러 정책 방향 수정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되는 양도세 조정은 거부
정치권에 휘둘려 ‘보유세 강화’ 되돌리는 정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세제 정책의 조정 방침을 내비치면서, 지난해 예고됐고 올해 11월 부과될 종합부동산세의 세율 인상이 무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부세율 인상과 공시가격 상승, 과세 대상 확대 등으로 인한 조세저항 움직임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자 부동산 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총리 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기재부

 

 

21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근본 골격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생각하는 ‘근본 골격’은 투기 수요를 막고 실수요, 실거주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어서, 다주택자에게 중과하기로 한 양도소득세의 조정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전날인 20일 홍남기 총리 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재보선을 치르면서 종부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며 "그것이 민심의 일부라 한다면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결이 같다. 부동산 세제를 밀어 붙이는 것에 강경한 입장이었던 홍 부총리가 종부세를 짚어 언급하며 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종부세율 강화 되돌릴 방안...법안 ‘부칙’ 활용하면 돼"

민주당 안팎에서는 1주택자의 종부세 과표 기준을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로 상향하는 방안과 전국 주택 가격을 줄 세운 뒤 상위 2%로 가격이 비싼 주택에만 종부세를 매기는 방안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6월 1일 공시가격 기준으로 부과될 예정인 인상된 종부세율을 2020년 법 개정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의 종부세 완화 방향을 상당히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조정지역을 제외한 2주택자와 1주택자들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율도 2020년 이전 수준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종부세 공제액 기준을 공시가격 합산 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해 적용 대상을 줄인다. 1가구 1주택의 경우엔 적용 대상을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법안에는 최근 95%까지 상승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상한을 100%에서 90%로 조정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1가구 1주택 적용 공제 상한을 80%에서 90%로 올리고 노인층 공제율과 장기보유 공제율도 올렸다. 최근 공시가격 상승으로 새롭게 종부세 대상자가 된 이들에게 10%의 공제 혜택을 준다.

문제는 이같은 종부세 완화 방안이 올해 부과되는 종부세 고지서에 반영이 될 수 있을 지 여부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또는 7월 국회에서 종부세 완화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일을 부칙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칙은 법률이나 규칙을 보충하고자 맨 끝에 덧붙이는 내용이다. 부칙에 규정할 수 있는 사항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법령의 시행기일이다. 세액이 확정된 고지서가 확정되기 이전에 개정 종부세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부칙 개정을 통해 올해 예고된 종부세율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6·7월에 국회를 열고 종부세법을 개정하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부칙에 ‘법의 시행일을 법 개정 후 첫 부과분부터’라는 조항을 포함시키면 기술적으로 종부세율을 원래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종부세법에 따라 인상된 세율이 부과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3주택 이상은 1.2~6.0%로 세율이 2배 가까이 상향됐고, 규제지역 내 2주택자는 3주택자 이상 보유자와 똑같이 종부세가 중과된다. 2주택 이하는 0.6~3.0%로 세율이 올랐다. 현재 종부세는 2주택 이하 보유자는 주택 가격에 따라 0.5~2.7%의 세율이 적용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0.6~3.2%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토교통부

 

 

◇집 값 못잡고 민심 잃어 선거 참패 후 정책 급수정

다만, 종부세율 완화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부터 양도소득세는 예고한대로 중과 방침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45%인 양도소득세율은 2주택자는 10%P, 3주택에 20%P씩 중과되고 있었다. 오는 6월부터는 중과세율이 20%P~30%P로 상향된다. 양도세만 최고세율이 75%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 인상을 재검토하는 것이 ‘정책의 근본 골격’을 해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다주택자에게 중과하기로 한 양도세율의 조정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높은 양도세율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팔지 않고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종부세를 부담하면서 계속 보유하도록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팔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 매물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므로 양도세율을 낮춰줘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종부세는 전체 주택 소유자의 극소수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세율이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시장 안정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양도세 중과세 유예 등으로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당정의 부동산 처방은 시장안정에는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투기와의 전쟁으로 집값 잡기’에서 참패하고 민심도 잃자, 부동산세 완화를 통해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되돌려보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정부가 강경한 태도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상향한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과 고가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늘려 시장에 매물이 출회되도록 해 공급을 늘리려는 목적이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7·10 대책에서 종부세율과 양도소득세를 높였고, 정책 방향에 수정은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시장 불확실성을 조속히 걷어낸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제기된 이슈에 대해 짚어보고 당정간 협의 프로세스는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 재검토를 시사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부동산 관련 세율 인상의 정책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종부세율 부과 기준일(6월 1일)이 다가오기도 전에 정책 수정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년 전부터 발표했던 정책을 시행도 하기 전에 정치권에 휘둘려 허겁지겁 수정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간 "정책 수정은 없다"고 했던 강경한 태도가 보궐선거 이후 급격히 바뀌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