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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돈 100억원 받은 토목업자, 남욱과 상장사에 투자했다

지은찬 2021. 10. 8. 05:19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박영수 전(前) 특검 인척이 대표로 있는 분양대행사를 통해 100억원을 최종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 토목건설업체 A사의 대표인 나모씨가 천화동인 4호(현 NSJ홀딩스)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같은 날 한 회사에 수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의 초기 설계자이자 ‘키맨’으로 주목 받는 인물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토목건설업체 A사의 대표인 나씨는 남 변호사와 함께 광주 소재 코스피 상장사인 타이어 금형 전문업체 B사의 주요 주주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씨와 남 변호사는 지난 2020년 5월 27일 케이제이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단가 1688원에 각각 154만7305주, 56만1700주를 장외매수했다. 나씨는 약 26억원, 남 변호사는 9억원 가량을 같은 회사에 같은 날에 투자한 것이다.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케이제이인베스트먼트는 서울 강남구 NSJ홀딩스가 있는 빌딩을 공유하는 등 남 변호사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법인이다. 이곳의 대표이사 김모씨는 지난해 8월까지 NSJ홀딩스의 대표이사였다. 케이제이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0년 5월 25일 B사의 유상신주(보통주 199만9980주)를 액면가 500원에 취득했다. 이어 이틀 뒤인 5월 27일 두 사람에게 장외매도했다.

 

B사의 반기연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나씨는 지분 4.90%(397만3758주), 남 변호사는 2.91%(236만3632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씨가 대표로 있는 A사 역시 B사의 지분 1.57%(127만6375주)를 보유했다.

이후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주주내역을 보면 남 변호사의 지분은 2.04%(309만7244주)로 감소했고, A사는 3.69%(559만125주)로 증가했다. 나씨의 경우 4.92%(745만3500주)로, 투자자가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새로 보유하면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 이른바 5%룰을 피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나씨와 남 변호사가 B사의 주식을 취득한 이틀 뒤 5월 29일이다. B사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마스크 등 의약외품 제조·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신규사업 진출로 인한 회사 수익 구조의 다양화 및 안정성 향상이 이유였다. B사가 마스크 사업에 진출한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시기다. 두 사람이 B사의 신규 사업 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를 결정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거래 직후 B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B사는 거래정지 중이다가 2020년 5월 26일부터 해제됐는데, 다음 날인 5월 27일 종가 1623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갔다. B사는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윤 전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안영규 변호사가 지난 7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기 때문이다. 안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동인은 윤 전 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치 신청의 법률 대리를 맡은 바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조선비즈의 취재에 따르면 나씨와 남 변호사, 그리고 분양대행사의 연결고리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였던 2014년 말~2015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아파트 단지의 분양대행을 독점한 분양대행사 C사 대표 이모씨와 나씨 사이에 2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나씨가 이씨에게 20억원을 주면, 대장동 부지 토목사업권을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나씨에게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던 판교프로젝트 AMC의 남 변호사를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와 남 변호사의 연결고리는 이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판교 AMC는 남 변호사가 대표로 있던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자회사 격이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 위례자산관리의 대주주 정재창씨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B사는 대장동 부지 토목 사업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에 나씨는 이씨에게 수차례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9년 4월 김만배씨는 자신이 대여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에서 가져간 473억원 중 100억원을 이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김만배씨로부터 받은 100억원을) 토목건설업체 A사로 전액 송금했다”면서 자금의 용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