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수 해도 안 팔리니”… 몸값 낮아지기 시작한 아파트 보류지
서울 아파트 보류지들의 몸값이 낮아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위축된 아파트 매수세가 보류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 가격으로는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주택이다. 조합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쓸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보험용’으로 남겨둔 것이다. 보류지 경매는 조합 측에서 정한 최저 입찰가 이상을 입찰가로 제출하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고덕주공7단지 재건축)’ 보류지 3가구에 대한 입찰이 이 날까지 진행된다. 이 단지의 보류지 매각은 올해 1월 1차, 2월 2차, 3월 3차, 11월 4·5차에 이어 이번이 여섯번째다.
눈에 띄는 점은 5차 매각까지 유지되던 최저입찰가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번 6차 매각에서 전용면적 59㎡의 최저입찰가는 12억6000만원으로 이전(13억원)보다 4000만원 낮아졌다. 전용 122㎡의 최저입찰가도 이전(21억원)보다 5000만원 낮아진 20억5000만원이다.
고덕7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여러번 보류지 매각을 위한 경매를 진행했는데 계속 유찰됐다”면서 “높은 최저입찰가가 연속 유찰의 이유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회의를 통해 최저입찰가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보류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들어선 ‘DMC SK뷰’(수색9구역 재개발 아파트)는 미분양 3가구와 보류지 4가구 등 총 7가구 공개매각 입찰을 지난 14일 진행했는데, 최저입찰가는 현재 매도 호가보다 최대 7500만원 정도 저렴했다.
이번 매각에서 DMC SK뷰 전용 59㎡형의 최저입찰가는 12억7500만원, 전용 84㎡형은 15억4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아파트 시세는 전용 59㎡형은 최고 13억5000만원, 전용 84㎡형은 최고 16억원으로 최저입찰가보다 최대 5500만원 비싼 가격이다. 올해 다른 보류지들이 시세와 비슷하거나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최저입찰가를 정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강남 지역 조합들은 여러 차례 유찰에도 보류지 몸값을 낮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3차 공고를 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 아파트) 보류지 4가구는 2차 입찰 때와 같은 값으로 나왔다. 전용 59㎡형 1가구는 27억원, 전용 84㎡형 3가구는 모두 33억원으로 현재 시세와 같은 수준이다. 결국 이 단지 보류지는 세번째 매각 시도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 조합은 “보류지 입찰이 번번이 실패했는데, 주변 공인중개소 등을 수소문한 결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보류지 매각이 실패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현재 다음 보류지 매각 시기를 두고 조합원들 의견은 갈리는데, 최저입찰가는 현재도 낮은 편에 속하다고 생각해 낮출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