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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간 시총 23조 늘어난 LG에너지솔루션…지수 편입 기대자금 ‘밀물’

지은찬 2022. 2. 8. 05:10

'새내기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직후 주가 부진을 털고 보란듯이 반등했다. 지난 3일부터 3거래일 연속 급등한 끝에, 시가총액이 23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띠고 있는 가운데서도 LG에너지솔루션만 연일 급등하는 이유는 패시브펀드(특정 주가지수의 상승률만큼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요 주가지수에 편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증권 업계에서는 패시브 펀드를 통해서만 2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7일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보다 8.73% 오른 54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지난달 27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상승은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다. 상장 첫날 시초가 59만7000원으로 순조롭게 출발했음에도 외국계 기관의 매도 물량을 이기지 못하고 44만원대까지 내린 주가는 3일부터 빠르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3일에는 6%, 4일과 7일에는 각각 5.66%, 8.73%의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일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시총 순위 3위 SK하이닉스(123,000원 ▼ 1,500 -1.2%)와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17조5760억원에 불과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하이닉스의 시총 차이는 38조6880억원까지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주식시장의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에 육박한다. 1위 업체 삼성전자(73,000원 ▼ 1,000 -1.35%)의 비중은 20.2%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급등을 이끈 것은 국내 증시의 ‘큰손’ 연기금의 매수세였다.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후 7일 현재까지 2조466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지난해에도 크래프톤(305,000원 ▲ 16,500 5.72%) 카카오페이(128,000원 ▼ 5,000 -3.76%), SK아이이테크놀로지(120,000원 ▲ 3,000 2.56%) 등 신규 상장주를 대거 사들인 바 있다.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이 주요 주가지수에 편입되기 전 선제적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에 대부분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자금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의 지수 편입을 알린 기관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14일 장 마감을 기점으로 MSCI글로벌스탠다드지수 대형주 부문에 편입될 예정이다. 코스피200에는 3월 11일에 조기 편입될 전망이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 종목의 15거래일 평균 시총이 유가증권시장 50위 이내일 경우, 산업군별 비중과 유동성 등을 고려해 코스피200 구성 종목으로 조기 편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왼쪽)가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허 연구원은 글로벌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도 LG에너지솔루션을 약 4200억원어치 매수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Solactive 글로벌리튬지수’를 통해서는 2823억원이 유입될 전망이다. 허 연구원이 추산한 LG에너지솔루션 유입 패시브 자금은 총 2조원이 넘는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유동 비율이 낮아 펀드에 편입하려는 기관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을 보유하지 못한 펀드는 자동으로 코스피200 같은 벤치마크 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며 “상장 후 유통 가능한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이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공포 수요’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200 편입 예정일 유동 비율을 9.62%로 봤으며, KRX주가지수 산출 방법론에 따른 유동비율은 10%로 추정했다. 나머지는 대주주인 LG화학과 우리사주가 보유한 물량, 그리고 기관 수요예측 단계에서 의무보유 확약이 걸린 물량이다.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 물량은 최대 6개월 간 시장에 나올 수 없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국내 증시에 상장한 다른 2차전지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사기 위해 나머지 2차전지주를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7일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은 전날보다 5.75% 내린 63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차전지 관련 ETF들이 LG화학을 팔고 그대신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할 가능성이 큰 만큼, LG화학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국내 기관은 LG화학 주식을 총 1860억원 순매도했다.

삼성SDI는 전날보다 3.24% 내린 56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국내 기관은 삼성SDI 주식을 총 2230억원어치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