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무리수

지은찬 2022. 2. 10. 20:00

                                                                    윤진우 기자

 

 

삼성전자 내 4개 노동조합(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으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이 최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회사와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자 고용부에 조정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노사 이견이 크다보니 중노위 조정에서 중단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하는 쪽으로 교섭 전략을 바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합법적인 쟁의권에는 파업, 태업, 집회시위 등이 포함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가 이미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만큼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의 요구에 대한 삼성전자 안팎의 평가는 차갑다. 노조가 현실성 낮은 조건을 앞세워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실 가능성이 없는 요구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건 노조 자신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파업을 위한 투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를 조금만 알고 있으면 노조의 파업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공장 자동화에 가장 앞선 기업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의 경우 대부분의 공정에 자동화가 적용된 상태다. 노조 파업으로 ‘1분만 멈춰도 수십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조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실제로 파업이 일어난다고 해도 소수의 간부만 참여하는 제한적인 파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부 직원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가 어떤 형태로든 파업에 나서면 ‘창립 53년 만에 첫 파업’이라는 불명예가 씌워지게 된다”라고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에 기본급의 최대 500%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가 ‘직원들과 이익을 나누겠다’라며 파격적인 보상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하게 파업을 진행할 경우 ‘좋은 노사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라는 내부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노조가 무리한 파업을 벌여 자멸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대표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해 6월 회사가 제시한 임금 협상안을 거부하고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 간부 6명이 참여하는 제한적인 형태였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삼성그룹 내 첫 번째 노조 파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파업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의 독단과 불통, 부패에 대한 노조 내부의 불만까지 더해져서다.

노조가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꼭 필요한 조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노조가 사회적 공감대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와 파업을 위한 투쟁에만 집중해서는 내부 직원은 물론, 조합원들의 신뢰 역시 얻을 수 없다. 삼성전자도 적극적인 자세로 노조와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 ‘노사협의회와 이미 협의했다’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는 11일과 14일 진행되는 노사 중재 절차에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