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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손해 보며 퇴직자에 車 할인… 퇴직자 연금주다 GM ‘침몰’

지은찬 2022. 9. 17. 00:14

세계 1위 GM이 파산한 원인은 ‘고비용 구조’
기아 노조, 평생사원증 혜택 축소에 반발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09년 미 연방정부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해 간신히 회생했다. GM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과정은 가혹했고 미국 경제에 남긴 후유증도 상당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군림하던 GM의 기업 가치가 바닥으로 추락한 것은 좀처럼 손 볼 수 없었던 고(高)비용 구조 때문이었다.

 

차를 만들어내기 무섭게 팔리던 1950년대 대호황기, GM은 퇴직한 직원과 그 가족의 생활과 의료까지 보장하는 파격적인 복지제도를 고안했다. 하지만 황금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0년대 초반 회사가 100만명이 넘는 직원과 퇴직자, 그 가족에 지급하는 의료보험이 한 해 60억달러에 달했고, 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은 600억달러 규모로 당시 GM 시가총액의 4배를 웃돌았다.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던 GM은 과도한 복지 비용에 결국 파산했다./GM 제공
 
 

일하는 직원보다 은퇴 후 연금을 받는 직원이 두 배 이상 많았지만, 회사를 쥐고 흔드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등쌀에 혜택 축소는 꿈도 꾸지 못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대듯 나가는 복지 비용에 ‘제너러스 모터스(Generous Motors 관대한 자동차)’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악순환은 이어졌다.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GM은 비용을 제품 가격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GM 차는 비싸졌다. 2000년대 들어 GM 차 한 대 값에 포함된 복지 비용이 1500달러에 달했다. 도요타 같은 경쟁사가 차 한 대를 팔아 버는 돈을 GM은 퇴직자 의료보험 비용으로 쓴 것이다. GM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잠식당했지만, 회사는 노조의 폭주를 멈춰 세우지 못했다. 결국 회사가 파산을 앞두고서야 제동이 걸렸다. 지금 GM 직원들은 과거 같은 혜택은 꿈도 꾸지 못한다.

 
 
 

GM을 무너뜨렸던 실패 사례는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최근 현대차(201,000원 ▲ 3,000 1.52%) 기아(81,100원 ▲ 1,100 1.38%)의 노조 행태와 함께 언급되고 있다. 특히 기아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직원에 대한 과도한 복지 제도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아 노조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령 직원들은 평생 2년마다, 신차의 30%를 할인받아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평생사원증’ 혜택 축소에 반발했다. 현대차는 신차의 25%, 기아는 30% 할인된 가격에 차를 살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는데, 25년 이상 근속한 퇴직자라면 혜택을 받는 기간이 평생이다. 과도한 복지라는 지적이 나오자 기아 노사는 혜택 연령을 75세로 제한하고, 할인 비율을 25%로 줄이자는 내용에 합의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7월 올해 임단협 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 개표하는 모습./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차와 기아의 평생사원증 제도가 GM의 유산비용(legacy cost)에 댈 정도는 아니지만,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80% 안팎이다. 퇴직자들에게 손해를 보며 차를 팔고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발생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기업이 몰락할 때마다 산업 전문가들이 내놓는 조언은 자만하지 말고 성장할 때 미래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시장에 선전하는 지금, 수익성을 갉아먹는 과도한 복지 시스템을 손 보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