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월배당 ETF 이겼다 “돈 벌고 싶다면, 잉여현금흐름을 보라”
미래운용, 19일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 출시
미국 잉여현금흐름 좋은 100개 기업 투자
“잉여현금흐름 좋은 기업만이 장기간 위기 견딜 수 있어”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지표는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과는 상관이 없다. 단지 현금흐름을 결정할 때 도움이 되는 가이드 역할을 할 뿐이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노트에서 현금흐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ER이나 PBR보다는 기업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을 보라는 것이 버핏의 조언이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실질적 현금 보유 수준을 알려주는 재무적 지표다. 특히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며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커질 때는 잉여현금흐름이 탄탄한 기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잉여현금흐름만으로 선별한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 최근 발 빠른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진 미국의 ‘페이서 US 캐시카우즈 100(Pacer US Cash Cows 100·COWZ) ETF’와 유사한 구조다. 한국판 ‘카우즈(COWZ)’인 셈이다. 카우즈는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1000개 기업을 모은 러셀1000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지난 1년간 잉여 현금 흐름이 큰 기업을 골라내, 이 중 향후 1년간 잉여 현금 흐름이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100개 기업을 편입한다. 최근 5년 수치를 보면 단순히 배당을 기준으로 종목을 골랐을 때보다 우월한 성과를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일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는 미국 상장사 중 잉여현금흐름이 가장 좋은 기업 100개를 골라내 투자한다.
이 ETF는 ‘글로벌 엑스 유에스 캐시 플로우 킹 100(Global X U.S. Cash Flow Kings 100 Index (Total Return))’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미래에셋그룹이 지난해 설립한 지수 개발사 ‘미래에셋 글로벌 인디시스’가 만든 자체 지수다. 미국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0개 기업 중 기업가치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이 높은 100개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그동안 ETF의 편입 종목을 선별할 때 잉여현금흐름을 다른 요인과 함께 고려한 경우는 있지만, 오로지 잉여현금흐름만으로 편입 종목을 선별한 ETF는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가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잉여현금흐름은 한마디로 ‘기업의 영업활동과 투자에 쓴 돈을 다 제하고 남은 현금’을 말한다. 순이익에서 운전자본(재고자산이나 외상매출금 등), 자본적 지출(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비현금성 자산을 포함하는 기업 유보금이나, 일회성 손익 등으로 왜곡되기 쉬운 매출액·영업이익에 비해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더 잘 보여주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은 ‘기초체력 우등생’이다. 잉여현금이 많으면 고금리 환경을 견뎌낼 수 있어 장기적 위기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재투자 여력이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자금난으로 값이 싸진 기업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꾸준한 배당을 유지하면서, 자사주를 사들여 주당 순이익(EPS)을 높이는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도 펼칠 수 있다.
한차례 테마주 랠리가 끝난 글로벌 증시가 다시 변동성 장세로 들어선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모은 ETF로 몰렸다. 그중에서도 연평균 3~4%의 배당수익률을 내면서 배당 일부를 재투자하는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Schwab U.S. Dividend Equity)’ ETF, 이른바 ‘SCHD’가 인기몰이를 했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함한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자산운용 등 국내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SCHD와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한국형’ SCHD를 속속 선보였다.

‘TIGER 미국캐시카우100′의 추종 지수의 성과는 SCHD가 추종하는 지수 성과를 앞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SCHD가 추종하는 ‘다우존스 US 디비던드 100 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0.49%인 반면,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의 추종 지수는 13.88% 올랐다. 최근 5년간 등락률을 비교해도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의 추종 지수(80.82%)가 SCHD 추종 지수(67.95%)를 넘어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특히 장기 투자를 계획한 투자자들이 잉여현금흐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배당 기업의 경우 한 번 배당을 높여놓으면 배당을 낮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무리해서라도 꾸역꾸역 고배당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잉여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은 고배당주보다 배당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배당을 줄 수 있다. 현재 국내 상장된 고배당 ETF 배당수익률은 약 6~7%이다.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의 배당수익률은 2% 수준이다.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의 총 보수(운용보수)는 0.25%다.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 팀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금리가 인하되기 전까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다시 잉여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는 국내 투자자들이 손쉽게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미국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