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국회보고서 입수... LG생건 등 납품가 "비싸다" 공개 '파장'

2019. 7. 2. 05:13일상다반사

쿠팡 국회에 배포한 공정위 신고 이슈 관련 보고서 입수
대규모유통법상 금지된 납품원가 공개…"LG생건 27% 비싸게 납품"
동서식품도 커피믹스 납품가 13% 비싸…"기존 유통사·제조사 유착탓" 

 



온라인 쇼핑몰 1위 쿠팡이 공정거래법상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금지된 경영정보인 LG생활건강의 납품원가를 국회에 보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은 이 보고서에서 "LG생활건강이 쿠팡에 최고 27% 비싸게 납품했다"면서 "이는 기존 유통사와의 유착 때문"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국회의원에 제출한 공정위 신고 이슈 관련 보고서/유윤정 기자

 

 

1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A4 2장 분량의 ‘쿠팡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이슈’ 관련 국회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LG생활건강 (1,315,000원▲ 2,000 0.15%)이 자신들에게 ‘베비언스 산양 액상분유’를 1만8400원에 납품했다고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이는 타업체 판매가격인 1만4500원보다 약 27%(3900원) 가량 높은 금액이라고 쿠팡은 주장했다. 

또 LG생활건강이 자회사 코카콜라의 미닛메이드 포도주스를 2만5964원에 쿠팡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타업체 판매가(2만2490원)보다 15% 높은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LG생활건강 뿐만 아니라 동서식품, 아토세이프 등 타 업체들의 납품원가도 적혀 있었다. 동서식품은 커피믹스를 9909원에, 아토세이프의 ‘실내건조 기능성 세제’는 1만3964원에 쿠팡에 납품했다. 이는 타업체 판매가보다 각각 13%, 17% 비싼 것이라고 쿠팡은 밝혔다. 

쿠팡이 협력사의 납품원가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법)’ 위반소지가 있다. 이 법 11조는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원가에 관한 타회사 관련 정보를 요구하거나 이 정보를 외부에 밝힐 경우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에 위반한다고 돼있다. 

또 쿠팡이 타업체 판매가격과 쿠팡 납품가를 비교해 업체에 가격을 인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배타적 계약 요구 금지 법 위반에 해당한다. 

유통업계는 납품원가는 경영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영정보를 취합하는 것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특정 제품의 가격을 갖고 비교하는 것은 본말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자료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다른 구체적인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특정한 제품만을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쿠팡은 납품가격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기존 유통채널(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과 제조사와의 유착 때문이라고 보고서에 적었다. 

쿠팡 측은 "실제로 직매입과 직접 배송을 책임지는 유통사에 대한 납품가격이 타 유통사보다 낮아야 하지만 쿠팡에 더 높은 가격의 납품이 이뤄지고 있었다"며 "이는 소비자에게 더욱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유통채널의 성장을 막기 위한 기존 유통사와 제조사의 유착 및 공생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은 또 자신이 대규모유통업법상 ‘우월적 지위’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일방적 반품, 배타적 계약, 납품대금 감액 등을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유통업체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질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 로켓배송 모습/조선DB

 

 

쿠팡은 보고서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는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 사업능력 격차나 해당 유통업체에 대한 납품업체의 거래 의존도 등을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며 "지난해 110조원으로 추산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7~8% 가량으로 추산되는 쿠팡의 지위가 우월적인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쿠팡이 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이면 ‘우월적 지위’와 관련없이 대규모 유통업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5일 LG생활건강은 쿠팡을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자사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제품 판매와 관련, 경제적 이익 제공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해 신고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우리 제품을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 얼마에 납품했는지 물으며 경영 정보까지 요구했다"면서 "이러한 불공정행위 시정을 위해 신고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위메프도 지난달 4일 쿠팡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위메프의 가격 인하를 방해하고 납품업체에 상품 할인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배달의민족도 자신들의 협력사에 계약해지와 독점 계약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무리한 영업을 했다며 5월17일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서울지방사무소로 신고된 이들 세건을 엄정히 조사해 위법 행위 적발시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병희 공정위 유통정책관(국장)은 "내부기준에 따라 쿠팡 사건 세 건의 본부 이관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서울사무소에서 엄정히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관련 쿠팡 관계자는 "구체성이 없고 특정되지 않은 극히 일부의 상품에 대해 국회에 비공개로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로 제공한 것"이라면서 "공정위 신고 사안에 대한 국회 질의가 있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