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낙하산 반대" 오늘은 "은행장님 환영합니다"

2020. 1. 30. 15:16일상다반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첫 출근날, 원하는 것 얻은 노조의 태도 변화

'은행장님 환영합니다!'

29일 오전 8시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의 첫 정상 출근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렸습니다. 직원들이 출입하는 통로엔 활짝 웃는 윤 행장 얼굴이 그려진 대형 플래카드도 붙었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로비 곳곳에는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 반대한다' 등 윤 행장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는데, 하루 만에 180도 다른 내용으로 바뀐 것입니다.

 

29일 오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고 있다(아래 사진). 뒤편으로 '은행장님 환영합니다!' 현수막이 보인다. 지난 22일에는 같은 자리에 윤 행장 취임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위 사진). /연합뉴스

 

 

직원들의 복장과 표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 행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3일부터 28일까지 매일 금융노조 조끼를 입고 윤 행장 출근을 저지했던 직원들은 이날 조끼를 벗어 던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행장에 대한 직원들 입장이 바뀐 것은 설 연휴 기간에 윤 행장과 노조가 합의한 노사 공동선언문 때문입니다. 선언문 6개 항목 중 4개가 '노조 동의 없는 임금 체계 개편 불가' '휴직 및 휴가 확대' 등 직원 복지와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한다는 항목도 포함됐습니다. 정작 노조가 윤 행장 출근 저지 명분으로 삼았던 낙하산 인사 근절은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한다"는 추상적인 문구로 합의문에 실렸습니다. 결국 윤 행장은 백기 투항하듯 노조의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주는 굴욕적인 협상을 하고 나서야 본점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이날 열린 행장 취임식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상대를 맞춰가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행장을 굴복시킨 승자의 여유가 묻어났습니다.

노조의 '행장 길들이기'에 밀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을 받는 윤 행장이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노조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