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매출 90% 감소... 임대료 버거워 떠나는 명동 상인들

2020. 5. 15. 23:24카테고리 없음

"사드보다 미운 코로나"... 관광객 사라지니 ‘썰렁’
자고 나면 두 집씩 문 닫아… 재난지원금도 안 통해

"저희도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해요, 그런데 명동 상권 자체가 죽어버려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재확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명동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 1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명동 상인들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오후 6시 30분 쯤 명동 거리. 퇴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민서연 기자

 

 

지난 14일 오후 6시 30분 쯤 찾은 명동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유동인구가 한참 많을 퇴근길 무렵이었음에도 명동 거리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지난해까지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사먹던 30cm가 넘는 아이스크림이나 길거리 분식집 주인들도 호객행위를 멈춘 채 가게 안으로 들어가 쉬고 있었다. 저녁 고객으로 한창 붐빌 식당가는 텅 비어있었고 보행이 불편할 정도로 거리를 채웠던 명동의 상징 노점상들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있었다.

명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권이다. K-뷰티와 한류 드라마, K-팝 상품점이 포진해 외국인을 끌어모은 관광 필수 코스였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175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올해 초까지도 관광 특수를 맞았으나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4일 명동 거리 일대에 부착된 임대 문의. /민서연 기자

 

 

상인들은 "지금 체감으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보다도 심각한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명동 인근의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은 "어제 하루 내내 고작 두 명이 방문했다"며 "올 초에 비해서 매출이 90%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15년 간 명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한일갈등이 좀 잠잠해졌다 했더니 코로나가 왔다"며 "이제 정말 이곳을 떠나야할 때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 거리 상점은 대부분 중·소상공인들이 운영하고 있어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사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인들은 "누가 재난지원금을 명동에 와서 쓰려고 하겠냐"며 "2월부터 넉달째 이 지경이니 힘내보려는 의지도 꺾여서 재난지원금 안내포스터도 부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명동 상권의 위기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 13일, 2012년부터 8년간 명동거리를 지켜온 이랜드 후아유의 명동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가 폐점했다. 지난 3월에는 2006년부터 명동에 자리한 편집숍 에이랜드 명동점이 영업을 종료했고, 명동 거리 한복판의 대형 허니버터아몬드 판매점도 임대 딱지가 붙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휴점하거나 폐점한 수준이었다. 사실상 명동은 '준재난 지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코로나 확진세가 잠잠해진다고 해도 명동 상인들은 한숨을 거둘 수 없다. 명동의 주 고객층은 중국 등지에서 찾아오는 외국인 방문객이기 때문에, 해외 국가들이 입출국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이상 매출진작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계에 따르면 2월 방한한 외국인은 전년 동월대비 43.0% 감소한 68만5212명, 3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94.6% 감소한 8만 3497명을 기록했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오는 18일 명동1번가 상권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관계자는 "자고 일어나면 두 집씩 사라지면서 간담회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어 "손놓고 있어서 될 것이 없으니 일단 건물주들과 임차인들에게 모여보자고 연락해놓았으나 사실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