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공직자 재산등록, 가족 포함 재산신고자 1000만명 이를 수도..."행정력 낭비"

2021. 3. 30. 03:31카테고리 없음

기존 대상 23만명, LH등 7만명 추가에 전 공직자 130만은 자체 등록
전문가들 "등록 재산 검증도 해야하는데···관련 인원·조직 늘 것"
"등기부등본에 영원히 이름 남아...감·수사만 제대로 해도 될텐데"
"부동산 거래 위축 우려···경제 미치는 효과 고려 안했나"
공직사회 "지금도 독립생계 가족은 등록 안하는 등 헛점 많은데"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공직 사회 안팎에서는 공직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 지나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에 전·현 소유자 정보가 영구적으로 남는 상황에서, 과도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재산 등록 대상자가 올해 130만명이 늘어날 경우,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으로 거래가 위축되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 정책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부동산 부패가 더 이상 공직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한 예방·환수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면서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부동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직무 관련 지역의 신규 부동산 취득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60만명이 넘는 공무원·공기업직원의 재산이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4급 이상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 등 약 23만명만 인사혁신처에 재산등록을 하고 있었다. 우선 인사혁신처에 새로 재산등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토지개발과 주택건설 등 부동산 관련 부처 및 공공기관의 경우 해당 업무 종사자 전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부동산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은 전직원이 재산을 등록하게 된다. 정부는 인사혁신처에 재산등록을 하는 공공기관 직원이 약 7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인사혁신처 재산등록 대상이 아닌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 약 130만명도 소속 기관별로 감사부서 주관하에 자체 재산등록제를 운영해 모두 재산을 등록하도록 할 방침이다. 일단 올해는 부동산만 등록하도록 하고, 향후 금융정보조회시스템이 접목된 등록시스템을 구축한 후 금융자산 등 나머지 재산도 등록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지나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산등록제는 단순히 재산을 등록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출한 재산 등록 서류와 이를 증빙하는 서류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23만명 수준에 맞게 설계된 현 재산등록 체계가 137만명이 더 늘어난 상황에서도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늘어난 인원에 맞게 재산등록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관련 행정력도 추가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또 현재 재산등록 시스템에서 LH 직원의 차명 거래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체 공직자 재산등록제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이와 관련 "이와 같은 전 공무원 재산등록제는 엄청난 행정비용이 발생한다"면서 "모든 공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전 국민이 정직하다는 전제하에 처음에는 너그럽게 출발해 문제가 생기면 엄벌을 처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면서 "그렇게 해야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공직윤리위원회의 재산등록·공개 양식 /관보

 

 

160만명에 이르는 재산등록대상자가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할 경우에는 어림잡아도 1000만명 안팎의 이들의 재산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제출한 재산등록·증빙서류를 관리하고 검증하는 인력 충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현재 중앙부처 위주로 진행되는 공직자 재산등록 업무도 전문성이 없어 재산등록 서류 제출 시한인 연말마다 혼선이 빚어지는데, 대상자가 늘어날 경우에는 이같은 업무 처리를 명분으로 인력이나 조직이 충원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비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미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에 전·현 소유자 정보가 영구적으로 남는 상황에서, 과도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통해서도 충분히 문제가 되는 이들을 감사·수사해 처벌하고 경종을 울릴 수 있는데, 사실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따로 행정력을 따로 써가면서 일을 두 번 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다.

새로 부동산 재산등록이 의무화되는 130만명과 그들의 가족이 당분간 부동산 거래를 꺼리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전 공직자 재산 등록은 과한 조치"라면서 "이번 조치는 부동산 거래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를 고민하기보다는 다른 쪽 고민에 치중한 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재산등록제도가 헛점이 많아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의 재산을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상당수 공직자들이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부모와 자녀의 재산을 등록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이 등록대상자가 공무상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주식을 사고 팔아도 인사혁신처 등이 적발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한 경제부처 고위공직자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지금 있는 제도도 헛점 투성이인데 재산 등록 대상을 늘린다고 달라지겠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도 재산공개 문서 중 마지막 페이지. 자녀들이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고 기록돼 있다. /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