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너머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모색하는 실리콘밸리

2022. 2. 11. 22:47카테고리 없음

“우후죽순 등장한 암호화폐, 열풍 꺼져도 ‘인프라’는 남는다”
탈중앙화 기술 발전, 新인터넷 시대 열까

 

 

암호화폐가 올 들어 이렇다할 상승동력을 찾지 못하며 지난해의 열풍적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큰 손들은 소리소문없이 투자의 방향을 암호화폐 구축에 인프라에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탈중앙화된 인터넷 구축에 필요한 기술 기업들이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리콘밸리가 “블록체인의 볼트와 너트(nuts and bolts)에 투자하고 있다”며 최근 가장 저명한 VC 투자자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사례들을 다뤘다. FT는 해당 투자사례가 암호화폐 열풍의 바탕이 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에 대한 중장기적 수요를 보고 이뤄진 투자라고 강조했다.

 

 

                                         각종 암호화폐를 형상화한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과거 1990년대 ‘닷컴버블’을 연상케 했던 암호화폐 열풍은 기대만큼 혁신적인 통화 개혁을 만들기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닷컴버블과 마찬가지로 유행이 지나고 나면 비트코인 그늘에서 우후죽순 생겨는 많은 화폐의 가치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FT는 “닷컴버블이 과도한 시장의 기대를 이끌어내며 새로운 대규모 네트워크의 과잉 구축을 초래했고 열풍이 한풀 가라앉고 난 이후에는 1조달러 규모의 주식 가치가 증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열풍이 지나간 뒤에 남은 광케이블 등의 인프라가 추후에 구글, 페이스북 등의 빅테크가 등장하는 배경이 됐다”고 짚었다.

 

이는 암호화폐 열풍이 식더라도 관련된 블록체인 인프라가 살아남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FT는 “암호화폐의 등장과 함께 창출된 수많은 트래픽과 거래방식은 많은 수요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며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이뤄진 몇가지 투자사례를 예로 짚었다.

암호화폐 인프라 기술 스타트업인 알케미가 라이트스피드 벤처스, 실버레이크 등 유명 투자사로로부터 2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기업은 최근 기업 가치를 102억달러로 수준으로 평가받아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decacorn, 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기업이다.

 

알케미는 개발자들이 이더리움과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에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s, 디앱)들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는 ‘웹3.0′ 개발 툴들을 개발하고 있다. 웹3.0이란 탈중앙화된 인터넷을 대표하는 기술 중 하나로, 웹 2.0에선 플랫폼이 데이터를 중앙서버에 저장했다면 웹 3.0에선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가 분산 저장된다.

 

데이터를 기록한 장부를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의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만큼 이 기록을 변조하거나 위조하기 위해서는 과반수의 장부를 해킹해야 한다. 거래가 승인되기 위해서는 전체 노드의 절반이 동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블록체인 해킹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가장 안전한 기록 보관 방식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정산(settlement) 및 커스터디 외에 디파이 운영자들이 블록체인들 간 자산을 옮길수 있도록 지원하는 탈중앙화 도구들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큐레도도 최근 8000만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하면서 회사 가치를 4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폴리곤의 기술이 확장성을 인정받아 최근 소프트뱅크, 갤럭시 디지털 등으로부터 4억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FT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대형 벤처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는 곳을 보면 암호화폐 유행의 이면에 있는 새로운 인터넷에 대한 수요를 향한다”며 “정부의 규제와 기업의 이익을 위한 통제를 넘어 탈중앙화된 네트워크가 온라인 생태계의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면 이 인프라의 필요성은 (암호화폐 열풍과 무관하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