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8. 23:57ㆍ카테고리 없음
스위프트 배제… 러시아 은행 송금 전방위로 막힐 듯
“리스트 작성 절차 남아” 실제 제재까진 3개월 소요 예상
선제로 4대 은행 러시아 일부 기업·은행 거래 제한
“제한 목록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 돼” 국내 은행들 분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 국가에 이어 우리 외교부까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제재안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러시아 은행들이 스위프트 결제 망에서 배제되면, 러시아에 있는 유학생 등 개인 간 송금뿐 아니라 현지 수출 기업으로의 무역 대금 송금 등이 모두 막히게 된다.
은행들은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러시아 현지 투자 은행들의 리스트가 확정돼, 실제 거래 중단까지 이어지려면 이란 제재 당시를 참고해볼 때 앞으로 3개월 정도가 더 소요될 거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미국이 특별 지정 제재 대상(SDN)으로 선정한 일부 현지 은행이나 기업에 대해서 우선 자체적으로 신용장(L/C·Letter of Credit) 개설을 제한하고 있어, 전면 거래 차단의 ‘초읽기’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연합(EU·27개 회원국)과 주요 7개국(G7) 등은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 결제 망에서 차단하기로 했다고 결정한 데 이어, 우리 정부도 이날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이는 전산망이다.

◇ 러시아 송금 막힐 듯… 4대 은행 “거래 제한 이미 시작”
은행 관계자는 “실제 계정 처리는 은행들끼리 별도로 하지만, 그전에 누가 누구에게 얼마의 자금을 보내는지, 해당 자금이 어떤 목적의 자금인지 설명하는 규격화된 ‘전신문(電信文)’을 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 설명 문서가 오가는 통로가 스위프트”라고 설명했다. 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하면 이런 작업이 이뤄질 수 없으므로, 사실상 해당 은행을 통한 자금 거래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해당 조치가 실제 시행에 옮겨지려면 3개월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은행권에선 우세하다.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특정 은행 리스트를 벨기에 브뤼셀 본사에서 추려 회원사 은행들에 통보해야 하는데,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보니 리스트 작성에만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2012년 이란이 핵 개발 관련 사안으로 스위프트 배제를 당했을 당시에도, ‘제재 결정’과 ‘거래 중단 선포’ 사이 약 3개월이 소요됐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스위프트 퇴출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인 현재도, 국내 주요 시중은행 사이에선 일부 러시아 은행이나 기업과의 거래 제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4대 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튿날부터 선제 대응 격으로, 일부 러시아 수출 기업의 신용장(L/C) 개설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신용장에는 상품의 품명·단가·수량·금액 등이 명시되는데, 수출업체는 해당 신용장 조건에 따라 상품을 만들어서 수출하게 된다. 외국 기업과 우리 기업 간 무역 거래 과정의 시작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은행의 L/C 개설 제한 대상 목록은 미국의 특별 지정 제재 대상(SDN·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And Blocked Persons List)에 오른 개인이나 기업·은행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목록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상황이라, 은행들도 이에 맞춰 대응하기 분주한 분위기다.
현재 러시아 최대 투자·개발 은행인 VEB은행, 러시아 수출입은행(EXIMBAMK OF RUSSIA), 러시아 군사은행(PROMSVYAZBANK) 등 6곳이 이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 유학생 송금부터 러시아 수출 기업 무역 대금까지 영향
스위프트 퇴출로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가 전면 차단되면, 우선 개인 간 송금이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당장 러시아에 체류하는 유학생이나 기업 주재원 등의 직접 타격이 예상된다. 참고로 지난해 5대 주요 시중은행을 통해 러시아 유학생과 주재원에게 송금된 자금은 624만7438달러(약 75억원) 정도로 집계된다.
핀테크 등을 통한 개인 해외 송금 경로도 함께 막힐 가능성이 크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역시 현지 해외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 역시 대부분 스위프트 망을 통하게 돼 있는 구조”라며 “결정적으로 국내 핀테크 업체에서 러시아 업무를 취급하는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돼 핀테크가 현지 유학생 등의 소액 송금업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러시아와 거래를 하는 수출 기업들의 대규모 무역 대금이다. 직접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 기업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사전 검토 작업을 통해 자금 거래를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제재 은행을 이용하는 수출 기업들은 지방 등 다른 소규모 은행의 계좌를 뚫어서 거래하게끔 유도 중”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금융 애로 해소 지원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현재 주요국 금융 제재 대상 러시아 은행·기관과 국내 금융회사·기업과의 거래 현황 파악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내에는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설치해 기업·현지 주재원·유학생 등의 러시아 금융 제재로 인한 금융 애로 접수·해소 지원을 개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