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5G 주파수 경매… 무기한 연기에 통신사도 관망

2022. 3. 23. 05:17카테고리 없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주파수 할당
LGU+ 이어 SKT도 추가 할당 요청 ‘맞불’
통신사 간 주파수 둘러싼 갈등 심화
정부 “통신 3사와 지속 협의해 조속한 결론”

 

                                                               5G 주파수. /조선DB
 

지난해 감정싸움까지 불사하며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추가 할당 경매를 요구해왔던 통신업계가 ‘관망’ 태세로 전환했다.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로 결론이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정부는 관련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장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SK텔레콤이 요청한 5G 3.7㎓(기가헤르츠) 이상 대역 40㎒(메가헤르츠) 추가 할당을 위한 연구반이 가동 중이다. 연구반은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가 요청했던 5G 3.4㎓~3.42㎓의 20㎒ 폭 주파수 추가 할당을 검토했던 기존 인원 일부를 포함해 새로 합류한 인원들로 구성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LG유플러스가 요청했던 주파수와 SK텔레콤이 요청한 주파수를 종합적으로 보기 위한 차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CEO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김양혁 기자
 
 

현실적으로 정부가 내놓을 결론은 LG유플러스가 요청한 주파수 경매를 먼저 시행하고, SK텔레콤의 요청을 추후에 실행하는 방안과 두 방안을 모두 병합해 한 번에 경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제 과기정통부도 지난 2월 임혜숙 장관과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순차적인 경매와 병합 경매 양쪽 다 열어놓고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파수 할당 요청이 모두 받아들여진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이미 검토를 끝낸 LG유플러스의 요청과 달리, SK텔레콤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정부가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주파수 할당을 요청한 기업 간 견해차가 큰 만큼 한쪽의 반발이 불가피한 상태다. 지난 2월로 예정됐던 경매를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통신사들은 과거 사례까지 언급하며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로서는 지난해 7월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 이후 6개월 만에 승인을 받아 올해 2월 경매를 목전에 두고 사실상 백지화된 터라 조속한 경매를 원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공정한 경쟁’을 이유로 병합 경매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연구반 검토 시기를 고려하면 병합될 경우 이르면 올해 하반기 초는 돼야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

 

애초 이동통신사들은 각 사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웠지만, 이달 초 대통령 선거 이후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해 “아직 과기부에서 어떻게 논의가 됐는지 들은 바가 없다”라며 기존 국민 편익 관점을 강조했다. 불과 한 달 전인 2월 통신 3사 CEO 간담회 이후 “의사결정이 조속히 내려져야 하는데 지연돼 안타깝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당시와 ‘온도 차’가 뚜렷하다.

통신사 한 고위 관계자도 “정부에서 어떻게 논의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라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이 태세 전환에 나선 것은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에야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마친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맡을 과학기술교육분과 내 ICT 전문 인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통신 관련 정책은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 3사와 지속해서 의견을 나누며 주파수 할당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파수 추가 할당 결론이 늦어질수록 가장 불리한 입장이었던 KT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사이 주파수 대역을 보유하고 있어 경매에 나올 주파수를 활용하려면 멀리 떨어진 주파수를 묶는 ‘주파수집성기술(CA)’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적, 물리적 투자가 불가피하다.

현재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달리, 주파수 할당 관련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KT 관계자는 “현재 여러 가지 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