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비투자 늘리는데”…美 ‘바이오 우선주의’에 삼바⋅셀트 초긴장

2022. 9. 14. 04:47카테고리 없음

美, 전기차·반도체 이어 바이오 우선
삼바·SK바사·셀트리온, 설비 확대 중
보조금 정책에 삼바 美진출 급물살 가능성
”중국과 패권 다툼...반사이익 누릴 수도”

 

 

 

                                   셀트리온이 인천 송도 내 건립할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 조감도. /셀트리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산업에서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공식화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841,000원 ▲ 31,000 3.83%), SK바이오사이언스(111,000원 ▲ 3,500 3.26%), 셀트리온(186,500원 ▲ 2,500 1.36%) 등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을 기반으로 둔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국내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미국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의 이번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만큼 국내 기업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美 공장 물색 삼바, 이날 긴급 대책회의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오 미국 우선주의’와 관련해 긴급 내부 회의를 열었다. 앞서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은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윤곽은 오는 14일 회의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대략적인 윤곽 수준의 발표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책 회의에 나선 것은 그만큼 미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미국 제약사에 수출한 바이오의약품은 4486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는 전체 매출(1조5680억원)의 28.6%다.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은 올해 기준 약 217조원(1727억달러)으로 추산된다. 주요 CDMO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스위스의 론자, 독일의 베링거링겔하임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론자를 제외한 삼성바이오로직스나 베링거링겔하임은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0월 4공장 부분 가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천 송도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를 마련해 공장 4개 추가 건설 계획을 밝힌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진출을 꺼린 것은 인건비와 설비 투자 등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면 이런 부담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투자 계획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미국 투자 계획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4개 지역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점찍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가 (배터리 정책에서 한 대로) 자국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의약품에 보조금을 주는 식의 지원 정책을 추가 발표할 경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진출)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미국 시장이 중요한 기업들은 생산 현지화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셈법 복잡해진 SK, 셀트리온 대책 마련 분주

 
 

미국 제약사인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안동 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2024년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자해 L-하우스(안동 공장)를 증설하고, 공장 인근 약 9만9130㎡의 부지를 매입해 공장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생산보다는 자체 개발 백신을 개발해서 생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는 셀트리온도 영향권에 있다. 셀트리온의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22.6%, 25.4%에 이른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3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6만ℓ 규모의 제3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해 바이오산업에 진출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해외 투자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00억원)을 인수한 후 국내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 전문가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 될 수도”

 

 

다만 이번 결정이 국내 기업들에게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중국 견제용인 만큼 국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이 바이오의약품 CMO 시장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기세를 꺾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중국 견제와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일자리 확충을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 명령의 배경을 ‘미국의 생명공학 생태계를 보호하고, 바이오 제조 공급망에 대한 외국의 개입으로부터 위험을 완화하는 조치”라고 했다. 이번 정책이 중국 견제 용도라는 것이다.

 

최윤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투자 계획을 가졌던 국내 기업들의 경우 세제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국내 R&D(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에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받는 방안을 정부와 기업이 잘 조율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오기환 전무는 “공개된 자료를 보면 바이오에 대한 미국의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자국 내) 구매 확대하고, 정부의 바이오 연구개발(R&D)의 우선순위를 정하겠다는 것이다”라며 “자국 내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업에 보조금을 주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사옥 전경.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