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3. 10:52ㆍ카테고리 없음
연세대 학칙에 ‘징계 의결 전 본인 진술 들어야’ 조항 명시
연세대 의료원 측 “출소한 뒤에 징계위원회 진행 여부 판단할 듯”
5년간 의사 717명 성범죄로 검거됐지만 5명만 자격정지… ‘방탄면허’ 지적도
연세대학교 의대 도서관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또래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세대 의대생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이 의대생은 수십여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의대생에 대해 학교 측의 징계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학칙에 징계 의결 전에 본인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탓이다.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공성봉 부장판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연세대 의대생 A(2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2년씩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촬영이 돼, 언제 어디서 피해를 입을 지 모르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A씨가)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촬영물이 유포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17일, 20일, 21일, 7월 4일 등 4일 동안 연세대 의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또래 여학생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7월 4일 오후 6시 50분쯤 피해자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화장실에서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됐다.
연세대 의료원 측은 A씨의 범행을 인지한 뒤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는 A씨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연세대 규정에 따르면 연세대 의료원은 별도의 성폭력대책위원회를 두고 있고, 사건이 접수되면 접수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처리돼야 한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에는 소송 결과를 기다렸다가 처리할 수 있다. 징계는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제적으로 구분된다.
지난 12일 A씨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왔기 때문에 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시행세칙에 발목이 잡혔다. 연세대의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에는 ‘징계의결을 행하기 전에 본인의 진술을 들어야한다’고 나와있다. A씨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출소 후에 직접 소명을 하기 전에는 징계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는 “학생이 구속됐기 때문에 소명의 기회를 줄 수 없어 징계를 진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법원이나 경찰에서 따로 판결 결과를 고지해주지 않는다”며 “출소를 한 뒤에 징계위원회를 계속 진행할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범죄에 연루된 대학생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징계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인하대에서 발생한 성폭행 추락사 사건 때도 학교 측은 가해자 소명을 듣지 못했다며 징계를 미루다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뒤늦게 징계를 의결한 바 있다.
지난 2011년에는 고려대 의대생 3명이 동기를 집단으로 성추행했을 때도 가해 학생들이 구속됐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계속 미룬 적이 있다. 이후 이들은 출학조치 됐지만, 가해자 중 두 명은 다른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기도 했다.
상습 몰카범인 연대 의대생 A씨가 추후 학교 측의 징계를 받더라도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행 의료법상 성범죄 전과자도 의대 졸업자면 의사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다. A씨가 1년 후 출소한 뒤 연세대에서 징계 절차를 재개해 A씨를 제적시킨다고 해도, 다른 의과대학에 재입학해 졸업하면 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위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17명의 의사가 성범죄로 검거됐다. 강간과 강제추행으로 624명의 의사가 검거됐으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으로도 75명이 붙잡혔다. 그러나 이들 중 5명만이 자격정지를 당했으며, 그마저도 모두 자격정지 1개월이었다. 반면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대부분의 전문직종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도 자격을 박탈한다. 이에 의사자격증만 ‘철옹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현행법은 의료관계법령 위반 범죄행위만을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도 취소되지 않아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며 “의료인에 대해서도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과 같이 범죄에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해,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의료인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문기사보기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2/10/13/BBUFYRVIDZFSRF7NXRNEPAS6K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