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대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 고점 지났나…“추세적 하락은 아직”

2022. 11. 11. 10:54카테고리 없음

“연말 연초 달러화 강세 요인 남아있어”
내년 1분기까지 고환율 지속 전망
“1200원대 하락은 시기상조”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 위안화·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세 제한,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나흘 만에 약 40원 급락해 1370원선에 안착했다.

 

고(高)환율 충격에 휩싸였던 외환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고점을 찍은 뒤 이달 들어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고물가 지속,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중국의 정책 불확실성, 경기 둔화 등 달러화 강세를 자극할 요인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인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내년 초까지는 환율이 1300원~14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9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 킹달러 완화에 급락한 환율…9일엔 1360원대 회복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하루에 10원 이상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39.8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4일부터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9일에는 하루 낙폭을 20.1원까지 키워 1364.8원에 마감했다. 두 달 만에 1360원대로 내려왔다.

 

그동안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던 킹달러(King Dollar·달러화 강세) 현상이 누그러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이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달러화도 이달 초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일 한때 109선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7일 기록한 연고점(114.047)과 비교하면 4% 넘게 하락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에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선 데다, 천연가스 재고 증가로 유럽 에너지 위기 관련 우려가 완화되면서 유로화 약세가 제한된 점도 달러화 강세에 제동을 걸었다.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도 환율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중간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도 최근 환율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할 것이란 예측에 9일 136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민주당이 예상보다 선전하자 하루 만에 반등했다. 지난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7원 오른 1377.5원에 마감했다. 공화당이 승리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지출이 축소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는데, 민주당이 비관적인 여론조사 전망을 뒤엎고 상원을 수성하면서 하루 만에 강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앞두고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의 미라코스타 칼리지에서 마이크 레빈 하원의원의 재선을 지원하는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추세적 원·달러 환율 하락은 시기상조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9월 이후 원·달러 환율 오버슈팅(overshooting·일시적 폭등)이 두드러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환율 하락은 되돌림 성격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중 원화 가치는 중국 위안화, 대만 달러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약세폭이 유독 컸다”며 “최근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회복되면서 원화도 그간의 낙폭을 빠르게 만회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달러화 강세 요인이 많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점이 확인되지 않았고 중국도 코로나 방역 완화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는 등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수출 둔화로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간 내외금리차가 확대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12월에는 0.5%포인트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종금리 수준이 시장 예상보다 높아지면 달러 강세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내년 최종금리가 5%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시사했는데, 이같은 고금리 기조가 오래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연말에 유럽 에너지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되면서 유로화 약세 기조가 약해졌지만, 겨울에 기온이 낮아져 천연가스 재고가 감소하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달러인덱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가 에너지 위기와 경기 침체 우려로 약세를 보이면 달러화 강세 흐름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된 점은 희소식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7%로 전문가 전망치(7.9%)를 하회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 달러인덱스가 107선까지 급락하면서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손민균
 
 

◇ “내년 1분기까지는 고환율 흐름 지속”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 1300~1400원대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달러화 강세를 부채질하는 대외 악재가 한꺼번에 겹칠 경우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튀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물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 글로벌 주택시장 하락세 등을 고려하면 추세적인 달러 약세가 계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1365원 기준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의 오버슈팅이 20원 내외로 좁혀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고평가된 달러도 조정되겠지만, 고평가 신호에도 불구하고 강세 요인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권아민 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예상한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연준의 긴축 우려와 겨울철 에너지 수입 확대에 따른 우리나라 무역수지 추가 악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