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쇠러 갔다가 장례식 치렀다…中 정부 전문가 “인구 80%, 11억명 이미 감염”

2023. 1. 23. 18:11카테고리 없음

                                중국 상하이의 한 상점에서 노인이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 /상하이=김남희 특파원
 
 

2022년 마지막 날, 칼럼([특파원 칼럼] 중국 코로나의 시작과 끝)을 통해 중국 베이징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20대 위(禹)씨의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다. 코로나 방역 통제가 없어져 3년 만에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고향에 춘제(春節·중국 음력설)를 쇠러 갈 수 있게 됐다는 얘기였다. 당시 그는 코로나에 걸려 고향집에 누워 계신 80대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며칠 전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위 씨는 베이징에서 기차로 13시간 넘게 걸려 1월 18일 고향인 헤이룽장성 미산(密山)시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가족·친척을 다시 만난 기쁨도 잠시, 다음 날 그의 할머니가 집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할머니는 한 달 전쯤 코로나에 감염돼 집에서 투병 중이었다. 감염 직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으나, 병원에서 딱히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어 퇴원 후 집에 머물렀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화장을 했다고 한다. 간단한 장례식만 치렀고, 정식 장례식은 양력 4월 5일 칭밍제(清明節 청명절) 전후로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위 씨는 “할머니가 주민위원회 요구에 고령에도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는데, 결국 소용없었다”고 했다.

 

 

2023년 1월 2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항저우동역 기차역이 춘제(중국 음력설) 연휴 이동객으로 붐비고 있다. /로이터 연합
 
 

◇ 12월 7일 ‘제로 코로나’ 포기 후 中 코로나 사망자 7만2596명…통계 축소 의혹

 

위 씨의 할머니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 사망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숨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과도한 방역에 반발한 시위가 잇따르자, 지난해 12월 7일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돌연 폐기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자, 코로나 사망자의 정의와 범위를 축소시켰다. 중국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기저질환 유무에 상관없이 코로나 양성 후 숨지면 코로나 사망자로 분류했다. 그러나 12월 들어 사망자 수를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코로나 사망자 기준을 좁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왕구이창 베이징대 제1의원 감염질병과 주임은 12월 20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브리핑에서 “코로나 양성자 중 호흡 기능 상실(호흡 부전)로 숨진 사람만 공식 코로나 사망자로 분류된다”고 밝혀, 코로나 사망자 범위를 축소했음을 인정했다. 사망 당시 코로나에 감염된 상태라도 또 다른 질병이나 심장마비 등으로 숨질 경우엔 코로나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 응급실 의사들에게 사망 증명서에 사인을 코로나로 인한 호흡 기능 상실이라 적지 말 것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사인을 기저질환으로 적도록 해, 코로나 사망자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취지다.

 

 

 

                            2023년 1월 4일 중국 상하이의 한 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누워 있다. /로이터 연합
 
 

중국 방역 당국은 이어 코로나 사망자 공식 통계에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만 포함시키고 자택에서 숨진 사람은 제외시켰다. 위건위는 1월 14일 브리핑에서 “2022년 12월 8일부터 2023년 1월 12일 사이 전국 의료 기관에서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5만9938명”이라고 발표했다. 12월 8일은 중국 국무원이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사실상 폐지한 ‘방역 최적화 신10조’를 발표(2022년 12월 7일)한 바로 다음 날이다. 중국이 2020년부터 3년간 고집한 ‘제로 코로나’를 버리고 ‘위드 코로나’에 돌입하자마자, 한 달 새 약 6만 명이 사망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이 중 코로나 감염 후 호흡 기능 상실로 인한 사망자는 5503명이며, 나머지 5만4435명은 코로나 감염과 기저질환이 결합해 숨졌다고 위건위는 밝혔다. 사망자 평균 연령대는 80.3세지만, 사망자의 90%는 65세 이상이라고도 밝혔다.

 

 

 

2022년 12월 28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장례식장 직원들이 화장장 밖에서 유골 단지를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6만 명이란 수치는 그간 중국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 수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방역 해제 발표 직전인 12월 6일 24시 기준, 중국의 지난 3년간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는 5235명이었다. 방역 완화 후 한 달 동안에만 그전의 10배 넘는 사람이 코로나로 숨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서방 국가들은 이 수치마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실제 사망자 수를 은폐하고 있다는 통계 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인구 대비로도, 다른 나라 사망자 수 대비로도 중국 사망자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중국 내 실제 코로나 사망자 수가 중국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 소셜미디어엔 화장 시설 포화로 가족 화장을 못하고 있다는 글이 넘쳐난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이 약 6만 명 사망자 통계를 발표한 1월 14일, 마샤오웨이 중국 위건위 주임과의 면담 중 중국 측에 더 투명하고 자세한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음력설인 춘제를 앞두고 한 근로자가 중국 상하이 거리에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걸고 있다. /상하이=김남희 특파원
 
 
 

의료 전문가들은 올해 춘제(1월 22일) 전후로 중국 코로나 감염세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춘제는 코로나 대유행 사태가 터진 2019년 말 이후 아무런 이동 제한 없이 맞게 된 첫 연휴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올해 1월 7일 시작된 40일 간의 춘윈(春運·춘제 연휴 전후 여객·화물 특별 수송 기간) 기간 기차·버스·비행기·배를 이용한 이동 21억 건을 포함해 총 50억 건의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춘윈 기간 이동량의 두 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춘윈 첫 15일간인 1월 7~21일 기간 철도 이용이 1억1000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관영 CCTV는 춘제 연휴(1월 21~27일) 첫날인 21일 하루, 기차·고속도로·배·비행기를 통한 이동이 총 2623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 전의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해 같은 날 대비로는 50.8% 증가한 수치다.

 

 

 

           춘제(중국 음력설) 전날인 2023년 1월 21일 중국 산둥성의 한 도시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독자 제공
 
 
 

도시 사람들이 시골 고향집으로 몰려가면서,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에 상대적으로 노출되지 않았던 중국 농촌 지역의 감염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은 특히 의료 인프라가 취약해 의료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베이징·상하이 등 의료 자원이 풍부한 대도시조차 ‘위드 코로나’ 전환 후 병실과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겪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베이징에서 화상 연결로 각 민족에 새해 인사를 하며 시골 지역 코로나 확산에 우려를 표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춘윈 돌입 후 1월 13~19일 일주일간 중국 본토 31개 성(직할시 4개·자치구 5개 포함)과 신장생산건설병단 의료기구에서 집계된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1만2658명이라고 21일 밝혔다. 이 중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호흡 기능 상실 사망은 681명, 기저질환과 코로나 감염 합병 사망자는 1만1977명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우쭌유(吴尊友)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유행병학 수석 전문가. /중국 CGTN
 
 
 

◇ 中 정부 최고 감염병 전문가 “춘제 전 인구 80% 이미 감염…정점 지나 감소 단계”

 

우쭌유(吴尊友) CDC 유행병학 수석 전문가는 춘제 전 중국인 80%가 이미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춘제 기간 대량 인원 이동으로 전염병 확산이 어느 정도 촉진될 수 있으나, 이번 전염병 파동으로 이미 전국의 약 80%가 감염됐다”며 “단기적으로, 예컨대 2~3개월 사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전염병이 반등하거나, 제2차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그는 인구 80% 감염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2022년 말 기준 중국 인구 14억1175만 명 중, 이미 11억2900만 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얘기다. 중국 위건위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코로나 감염 일일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 중국의 정확한 감염자 통계를 파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올해는 (2022년 12월 7일) 방역 최적화 방안 이후 맞는 첫 번째 춘제로, 2~3년간 집에 돌아가지 못했던 사람들 다수가 고향에 돌아가 설을 쇠는 걸 선택했다”며 “방역 방안 최적화 후, 전국적으로 코로나 전염병이 빠르게 전파됐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이미 전염병 발병의 절정기를 넘겼다”고 했다. 이어 “전국 대·중·소도시와 현은 기본적으로 전염병 감소 단계에 있다”고 했다. 우쭌유는 18일 또 다른 감염병 전문가인 장원훙 상하이 푸단대 화산병원 감염병과 주임과 함께 중국 최고 정치 자문 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CPPCC) 위원으로 임명됐다. 중국 정부가 두 사람의 코로나 방역 공로를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협은 2000여 명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