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7. 18:49ㆍ카테고리 없음
거래 정지된 뉴지랩파마, 상장폐지 가능성
부실한 재무구조에 잦은 최대주주 변경
호재성 공시 띄우고 증자·사채 발행해 자금 조달
한 달 가까이 거래 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뉴지랩파마(1,383원 ▼ 523 -27.44%)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채권자들이 잇따라 법원에 회사의 파산 선고를 요구하고 있고, 기업 존속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았다.
거래가 정지되기 전 주가는 1000원대로 폭락했다. 지난해 주가가 1만원 부근에서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보유 주식을 정리하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뉴지랩파마의 주가 폭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투자 유의를 당부하는 몇 가지 부정 거래 조짐을 빠짐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무구조가 부실하다. 7년 연속 영업 손실이 발생했고, 자본잠식 우려가 큰 상태다. 지배구조도 취약하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최대주주는 한 해에도 몇 번씩 바뀌었다. 정상적인 영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테마성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했고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해 마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작전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종목에 투자하면 백전백패한다고 거듭 조언한다. 거꾸로 말하면 이런 종목에 투자는 피해야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7년 전만 해도 뉴지랩파마는 기술력을 갖춘 정상 기업이었다. 2004년 ‘아프로하이테크’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CCTV 카메라와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를 생산했다. 2년 뒤 사명을 ‘에이치디프로’로 변경했는데, 해외로도 판매를 확대하며 기업 규모가 커졌다. 2011년에는 수출 3000만달러를 달성했고, 그 해 경기도 부천에 제2공장을 증설했다.
에이치디프로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결정했고,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직후 디지털 보완장비 전문업체인 아이디스(21,150원 ▼ 150 -0.7%)가 회사 지분 37%를 취득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이후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 대주주가 바뀐 이듬해 적자가 나자, 2017년 아이디스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보유 지분을 경영 컨설팅 업체라는 케이에스와이에 매각했다.
이후 뉴지랩파마는 작전주의 전형적인 경로를 밟는다. 실체가 불분명한 법인이 일정 지분을 매입하자, 최대주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사실을 공시한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분쟁하는 양측이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운영자금을 조달한다며 상장사인 넥스트아이(504원 ▲ 9 1.82%)에 신주를 배정하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데, 이때부터 시작해 최대주주가 빈번하게 바뀐다. 넥스트아이는 보유 지분을 아레넬인터내셔널로 매각하고, 2019년에는 메이요파트너스가 최대주주에 오른다. 최대주주라고 하지만, 보유 지분은 10% 안팎 정도다. 중간중간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이 계속된다.
2019년에는 상호명이 기존 에이치디프로에서 지금의 뉴지랩으로 변경됐다.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경영진의 결정인데, 아니나 다를까 곧 바이오 신사업에 진출하겠다며 국내 기관투자자와 증권사를 상대로 IR 행사를 주최한다. 이 과정에서 토러스자산운용이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주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성 공시가 나왔다. 미국 안허트테라퓨틱스와 국내에서 ‘ROS1/NTRK 양성 표적항암제’를 임상개발하고 허가, 판매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가지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계약금액은 84억원으로, 해당 항암제는 미국과 일본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완료됐고, 글로벌 임상 2상이 준비 중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구글에서 안허트테라퓨틱스를 검색하면 임상 단계의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제약회사라는 회사 소개가 나온다.
2019년 초 3000~4000원에서 거래되던 뉴지랩파마 주가는 2020년 5월 한 때 장중 2만원 부근까지 상승했다. 2015년 연간 40억원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가 2016년 적자 전환한 뒤 계속 적자 규모가 커졌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등한 것이다. 2022년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290억원 규모로 더 커졌다.
토러스자산운용은 한때 달콤한 평가이익을 얻었지만, 결국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토러스자산운용은 올해 초까지 뉴지랩파마 주식을 43만주(12.77%) 넘게 보유하고 있었는데, 취득단가는 1만1000~1만2000원대다. 그런데 1월 말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자 1월 31일~2월 1일 30만주 이상을 장내 매각했다. 처분 금액은 5000~6000원대였다. 보유한 전환사채도 조기 상환, 계약 해지했다.
뉴지랩파마가 정상기업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뉴지랩파마 사업보고서를 보면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조교수 경력을 가진 연구개발 담당 이사와 상하이대 TCM내과학 석사학위를 받고 차병원 종합연구원에서 임상개발실에서 근무했던 바이오사업 이사가 등기 임원으로 있다. 임원 구성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회사 직원 수는 23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근속 연수는 3년 안팎이다. 또 임원 명단에 오른 연구개발 이사는 보고서 작성 기준 중도 퇴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