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성과 뒤엔 반도체·車·조선 강자들 있었다

2023. 5. 24. 14:09카테고리 없음

300여 기업 참여해 대부분 부품 국산화

 

 

세번째 발사를 앞둔 누리호는 엔진의 설계·제작부터 시험, 발사에 이르기까지 국내 300여 기업이 참여해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바탕에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및 자동차, 조선 분야를 중심으로 확보한 막강한 제조업 기술력이 있었다.

 

누리호 엔진의 터보펌프 관련 부품을 담당한 에스엔에이치는 자동차 엔진의 흡기 행정에서 공기의 공급을 최대화해 엔진의 효율을 높이고 배기가스를 저감하는 터보차저 컴프레셔 휠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이 제품은 초정밀 공정을 위한 치수 관리 기술이 중요한데, 에스엔에이치의 이 같은 기술력이 항공우주분야에도 적용됐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고정돼 있다./연합뉴스
 
 

밸브류 등으로 추진기관 공급계를 담당한 하이록코리아(22,150원 ▲ 100 0.45%)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에 필요한 관이음쇠(Fitting) 및 밸브를 제조·판매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초정밀 관이음쇠·밸브는 조선업 외에도 석유화학, 플랜트, 반도체, 발전 등에서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LNG 운반선에 들어가는 배관 제품은 초저온 극한 환경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우주항공 분야에 응용이 가능했다. 오히려 누리호에 적용된 액체산소용 밸브를 LNG 선박에 적용하려는 기업도 있다고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소개한 적도 있다.

 

3000도 이상의 화염을 견뎌야 하는 1단 엔진의 연소기에는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내공이 들어갔다. 1단 엔진 연소기를 제작한 비츠로넥스텍은 전력기기 회사인 비츠로테크(8,090원 ▼ 110 -1.34%)의 자회사다. 비츠로테크는 1950년대부터 배전설비 등 전력계통 설계기술을 쌓아왔는데, 이 기술이 연소기 기술로 이어졌다. 비츠로테크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고압용 차단기와 기중부하개폐기, 저압용 차단기 및 자동절체개폐기, 계전기기 및 수배전반 등 제품군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지상제어시스템 및 시험장치, 열제어 등을 담당한 한양이엔지(15,270원 ▼ 90 -0.59%)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팹 설비로 경험이 풍부한 회사다. 1988년 설립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필수적인 초고순도 배관의 설계·제작·시공 및 기타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을 해왔다.

 

누리호의 탱크를 제작한 이노컴은 압축천연가스(CNG) 차량 연료 저장 용기, 연료전지 자동차의 수소 저장용기를 만드는 회사다. 누리호 지상제어시스템을 개발한 유콘시스템은 군용 민간용 드론 및 지상통제장비를 만들어왔다. 항공기 훈련·시험 장비를 만드는 카프마이크로는 시험장치를 맡았다.

 

누리호 발사대 및 엄빌리칼 타워(umbilical tower)는 조선업 강자 HD현대중공업(121,100원 ▲ 2,300 1.94%)이 만들었다. 엄빌리칼 코드(umbilical cord)는 탯줄이라는 뜻이다. 아기가 엄마로부터 탯줄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 것처럼, 누리호는 발사 전까지 이 시설을 통해 전기와 연료, 산화제 등을 공급받는다. 발사 전까지는 단단하게 결합해 있어야 하지만, 발사시에는 정확히 분리되는 기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