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네티즌 한글로 “감사합니다” 물결…이스라엘 구출 작전, 어땠길래?

2023. 10. 16. 13:19카테고리 없음

우리 軍 수송기에 탑승한 일본인 51명
日 정부 전세기에는 8명만 탑승
‘무료로 서울공항까지’ ‘3만엔에 두바이까지’ 비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고립됐던 우리 국민을 비롯한 현지 체류자들이 14일 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우리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에서 내려 안내를 받고 있다. 일본 측 관계자가 도착한 일본인들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인 51명을 이스라엘로부터 대피시켜 준 한국군에 감사합니다.”

 

“이스라엘에서 일본인을 도와준 한국군 및 한국 국민에게 최고의 감사를 드립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친구입니다.”

 

지난 주말(14~15일)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일본인 네티즌들이 한글로 이런 ‘감사 인사’를 남겼다. 우리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와 교전 중인 이스라엘에 군(軍) 수송기를 급파해 교민들을 대피시키면서 남는 좌석에 일본인들도 태운 것이 고맙다는 뜻을 표한 것이다. 동시에 일본 정부의 대처가 입방아에 올랐다.

 

16일 외교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수송기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했고, 14일 새벽 한국으로 출발했다. 수송기는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후10시45분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군 수송기를 파견해 한국인 163명을 대피시켰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속 KC-330 조종사 박종현 소령이 탑승을 안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수송기에는 한국인 163명과 일본인 51명, 싱가포르 6명 등 총 22명이 탑승했다. 수송기는 우리 국민 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인에게 먼저 좌석을 배정한 뒤 자리에 여유가 있어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일본인 탑승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당국은 성남공항에서 우리 국민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14일 밤 서울공항에서 수송기에서 내리는 우리 국민들을 맞이했다. 서울공항 활주로에는 ‘일본 분은 말을 걸어주세요’라고 쓴 손팻말을 든 일본 측 관계자 모습도 보였다.

 

우리 정부의 발빠른 대처에 일본 정부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은 15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20여분간 통화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박 장관에게 한국의 도움에 정중한 사의(謝意)를 표하고,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본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긴밀히 협력하자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고립됐던 우리 국민을 비롯한 현지 체류자들이 14일 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우리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정작 일본 정부의 대응은 굼뜨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파견했다. 현지 시각으로 14일 저녁 텔아비브 공항에서 이륙한 이 전세기에는 8명만 탑승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탑승자는 한 사람당 3만엔(약 27만원)을 내야 한다. 한국 등이 보낸 항공기가 자국까지 무료로 보내주는 것과 비교된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체류 중인 일본인은 약 1200명이다.

 

 

서울공항에 14일 밤 도착한 일본인 51명은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인천공항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은 주한일본대사관이 마련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우리 수송기로 남편, 아들과 함께 탈출한 오소킨 사키(35)씨는 한국에 도착해 “안심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이스라엘 중부 지역에 살고 있던 오소킨씨는 지난 7일 하마스가 공격을 시작하자 다음날 텔아비브의 지인 집으로 피신했다. 우리 군의 수송기에 탑승할 때에도 비행기가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불안해 했다. 수송기가 안전한 고도까지 상승하자 탑승객들은 안심하고 기내에서 크게 박수를 쳤다고 한다.

 

                                                                                        X(옛 트위터) 캡처
 

이 기사에 일본 네티즌들은 “자국민을 지키는 한국, 지키지 않는 일본” “왜 일본의 수송기는 한국과 같이 (본국으로) 직행하지 않는가” “3만엔으로 두바이까지의 일본 정부, 일본인 51명을 무료로 서울 교외 공항까지 한국군 수송기로 이동시켜 준 한국 정부” 등의 댓글을 남겼다. 다른 기사에도 비슷하게 일본 정부 대응을 질타하고, 한국에 감사하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개선된 덕분이라고 분석한 일본 네티즌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한국) 대통령이 바뀐 뒤 ‘그동안의 반목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아직 위안부 문제 등 뿌리 깊은 것들이 있지만 슬픈 역사와 민족의 차이를 받아들이면서 서로 돕고 인정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적었다.